한국 오지마을 3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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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산줄기를 올타리 삼고 물줄기를 마당 삼아 마을을 만들었습니다. 최근 가파른 경제 성장으로 온 국토가 개발의 몸살을 앓고 있지만 아직도 순수한 자연을 벗 삼아 살아가는 오지마을들이 산속과 물가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느린 시간을 살고 있는 오지마을을 소개합니다. 

 

영월 모운마을

 

영월 모운마을

강원도 영월 심심산골에 '구름속의 마을'이 있습니다. 망경대산(1088m) 기슭에 들어앉은 모운마을은 구름이 모이는 마을이란 뜻입니다. 해발 700m 언저리에 박힌 두메산골이라 수시로 구름이 마을을 덮습니다. 모운마을이 탄광산업으로 흥청거리던 시절에는 이곳에 극장과 우체국도 있었습니다. 100여 가구가 살던 이 마을은 지금은 폐광이 된 지 오래여서 마을엔 20여 가구만 남았고 주민도 칠순이 넘은 어르신이 대부분입니다. 마을 구석구석에 벽화를 그려 산속 벽화마을로 조성했습니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그려서 다른 벽화마을처럼 벽화가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되레 푸근하고 정감이 갑니다. 모운마을에서 사북과 고한을 거치면 만항재에 도착합니다. 하늘아래 첫 동네 운탄길 트래킹코스는 전체 약 9km 길이로, 3시간이면 넉넉합니다. 모운마을에 들어가려면 김삿갓 계곡에서 주문리로 들어가는 다리를 건넌 뒤 좁은 임도를 한참 올라야 합니다. 마을 어귀에 차를 세우고 마을에서는 뚜벅뚜벅 걸어 다녀야 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단양 빗재마을

단양은 소백산을 비롯해서 수려한 산수를 가지고 있는 곳입니다. 그 가운데 단양 8경으로 회자되는 도락산 일대는 아기자기한 산자락과 기암괴석이 맑은 계곡과 어울려 선경을 빚어놓은 곳입니다. 소백산에서 월악산으로 흐르는 백두대간이 단양 대강면 일대에서 U자형으로 꺾이면서 용두산, 도락산, 황정산을 빚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그 깊은 산속에 빗재마을이 있습니다. 빗재마을을 들어가려면 방곡리를 통과해야 합니다. 무인지경의 20리 계곡길을 걸으면 단양의 행위예술가 김용문 씨가 세운 장승을 만납니다. 방곡리 저잣거리에서 주막 뒤쪽의 북쪽으로 난 좁은 길로 10리를 걸으면 빗재마을에 도착합니다. 산길 모퉁이마다 청화백자 파편을 쌓아둔 특이한 돌무덤들이 곳곳에 있습니다. 빗재마을은 5 가구 정도의 주민이 마을을 지키고 살고 있습니다. 빗재의 어원은 피재입니다. 어렵던 시절 고갯마루에까지 구황작물인 피를 심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이 마을은 600년 전부터 막사발이나 장독 항아리 같은 민수용 도자기를 만들던 마을로 지금도 마을 곳곳에 옛 가마의 흔적과 도자기 파편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지금도 몇 명의 도예인들이 전통문화를 계승발전 시키며 도자기를 구워내고 있습니다. 

 

홍천 통마람골

백두대간에 걸려 있는 구룡령은 용이 구불구불 승천하는 것처럼 아흔 아홉 구비를 넘어간다 하여 구룡령이라 부릅니다. 양양 갈천리에서 홍천 명개리까지 동서를 가로지르는 구룡령 예길은 명승 제29호로 지정되었습니다. 구룡령에서 응복산(1,360m)에 이르는 산줄기의 남쪽 기슭으로 해발 850m 계곡에 통마람골이 있습니다. 이곳을 찾으려면 명개리 내청도교에서 다리를 건너지 말고 직진 방향으로 계곡으로 들어서야 합니다. 이곳에서 통마람까지는 14km로 임도를 타고 올라야 합니다. 가는 길은 무인지경으로 때로는 계곡을 건너기도 하며 한 여름 폭우가 쏟아지면 길이 끊길 수도 있습니다. 통마람 계곡은 원시 자연의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맑고 찬 계곡물이 암반을 타고 흐르는 모습은 선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깊은 산속에 왜 사람들이 살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피난을 위해 숨어들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통마람골에 도착하면 수채화처럼 아름다운 비교적 넓은 밭들이 있고 고랭지 채소를 재배하고 있습니다. 원주민들은 집은 거의 폐가가 되었지만 최근 조용한 산장을 찾는 사람들이 통마람골로 찾아들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부부가 운영하는 통마람골 산장이 있어 지나는 여행객들을 위해 편안한 휴식을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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